2. 왜 그람시주의인가?
대중문화에 대한 정의는 단순히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문화라는 것부터 고급문화 이외의 문화, 대량 소비를 위해 대량생산된 상업문화, 마 비된 정신으로 또는 무감각한 상태에서 수동적으로 소비되는 문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상징적 저항이 주로 나타나는 낭만화된 노동계급 의 문화, 위에서 강요된 것도 아래로부터 자발적으로 일어난 대항적 문화 도 아닌 지배-피지배 문화 간의 이데올로기적 투쟁이 일어나는 영역, 고 급문화와 대중문화의 구분이 더 이상 무의미하며 모든 문화는 상업문화 이고 문화산업적·정치경제학적 논리가 아니라 문화자체가 상업이다 까 지 다양하다. 대중문화의 정의에 대한 이같은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확실히 해둘 것 은 문화란 물질적인 생산이나 분배를 둘러싼 사회적 과정, 관계와 결코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대중)문화와 관련된 질 문이나 문제를 제기하고, 어떠한 구체적인 기술과 분석을 수행해왔는지 에 대한 연구들, 즉 지금까지의 문화연구 이론들을 이데올로기적 지배체 계로서 문화연구와 수용자 중심의 문화연구라는 두 가지 범주로 나눠 살 펴보고자 한다.
먼저 이데올로기적 지배 체계로서 문화연구는 마르크스주의 문화론이 대표적이다. 여기에는 고전적 마르크스주의 문화론, 루카치와 프랑크푸 르트학파 의 문화론 등이 포함된다. 이들에 따르면 어느 시대에나 지배 이데올로기는 지배계급의 이데올로 기이다. 지배계급은 마치 자신들의 이데올로기가 보편적이고 이성적인 것처럼 주장한다.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에서 문화는 상부구조의 이데올로 기적 형태의 하나이다. 때문에 인간의 의식이 그들의 존재를 규정하는 것 이 아니라 그들의 사회적(경제적) 존재가 그들의 의식을 규정한다. 이같 은 상부구조의 이데올로기가 의식 수준에서 그것을 재생산함으로써 모순 적인 본질적 관계들을 숨기고 왜곡하고 더 깊은 현실 속에 실제로 존재하 고 있는 모순과 착취를 감추는 기능을 한다. 문화에 대한 마르크스주의적 설명이 자리 잡고 있는 터전도 바로 이 관계이다. 상부구조는 토대의 수 동적인 반영일 뿐이다. 그리고 이는 문화 산물의 정치학이 생산의 경제적 조건으로만 읽히거나 축소되어버리는 마르크스주의 문화 ‘반영이론’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시각에서 모든 문화는 그것을 생산한 사회의 경제구조 의 단순한 반영일 뿐이며, 대중문화의 의미는 단지 그것을 생산한 경제구 조에 의해 이미 결정지어지는 것이다.
때문에 마르크스주의 문화연구에서는 상부구조를 관통하고 있는 이데올로기의 정체를 폭로하고 그에 저 항하게 만드는 것이 문화 영역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프랑크푸르트학파의 경우는 토대와 상부구조의 결정관계에 있어 반영 이론 보다는 넓은 의미로 접근한다. 그들의 문화산업론은 후기자본주의 사회에서 문화가 상품화됨으로써 문화도 상품 생산과 교환의 논리에 의 해 규정된다는데 기반한다. 이로인해 문화산업은 문화 상품들을 대량 생 산하고 유통시키기 위해 문화형식들을 표준화, 규격화, 동질화, 합리화시 켜 문화는 더 이상 현실의 고통과 모순을 표현하거나 아름다운 삶의 이상 을 제시하거나, 인간의 개성과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하는 공간이 아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이찬훈은, 문화 산물들은 단지 소비함으로써 즐거 움을 얻을 수 있는 소비상품이요 오락거리일 뿐이다. 오락이 됨으로써 그 것은 비인간적인 삶과 참기 어려운 착취를 어느 정도 견딜 수 있게 만드 는 마취적 기능을 한다. 나아가 문화산업은 문화를 상품화하여 그것을 소 비하는 것이 곧 선(善)이라고 여기게 만들어, 소비지상주의를 부추김으로 써 사람들을 멍청한 수동적 관조자로 만든다고 설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