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학파는 문화산업론을 가지고 최초로 문화산업이 유포하 는 이데올로기를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비판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 의가 있다. 하지만 노동자 대중에 대한 이들의 절망은 결과적으로 엘리트 주의적인 문화관으로 연결된다. 그들이 대안으로 제시하는 비판이론과 자율예술의 개념은 지극히 반(反)대중적이며 엘리트주의적이다. 따라서 기존의 문화적 형식에 물들지 않은 창조적인 자율예술은 필연적으로 대 중의 보편적인 정서와 거리가 먼 것일 수밖에 없고 그런 자율예술로는 어 떤 대중의 힘도 결집시킬 수 없다, 는 오류로 귀결되고 만다. 이후 1980년대 중반부터 문화연구 영역에서는 대중문화 속에서 작동하 는 이데올로기의 지배라는 명제를 부정하는 견해들이 점차 우세해진다. 수요자 중심의 문화연구가 대두된 것이다. 이 견해들은 이데올로기의 지 배가 아니라 오히려 이데올로기의 지배가 저항에 부딪쳐 실패하는 방식 에 연구의 초점을 맞춘다. 이때부터 문화연구는 이데올로기론의 지배에서 벗어나 대중문화 수용 자들이 능동적인 다양한 해독과 수용 과정에서 지배 이념에 저항하고 그 들 나름의 쾌락을 이끌어내는 방식들에 주목하게 되었다. 그에게서 영향 을 받은 문화연구는 대중들을 능동적인 쾌락추구자로 간주하면서 그러한 쾌락의 건강성과 지배 이데올로기에 대한 그것의 저항성을 높이 평가한다.
이러한 문화연구 경향을 보통 ‘문화 대중주의’라고 부르는데, 그 대 표자가 존 피스크다. 피스크에 따르면 지금까지 이데올로기적 지배 틀 에서의 문화연구들은 대중을 과소평가하고 체계의 희생자로만 파악했다 고 비판한다. 피스크는 대중문화가 문화산업에 의해 생산되어 대중에게 일방적으로 부과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대중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주 장한다. 대중문화는 문화산업이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대중이 만드는 것으로, 문화산업에 의해 위로부터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대중들에 의해 아래로부터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문화 대중주의의 핵심적 특징은 문화의 수동적 소비보다 능동 적 생산, 즉 인간의 실천을 강조한다는 점에 있다. 정통 마르크스주의에 대해서도 반대하는데 문화라는 영역이 물질적 토대에서 상대적인 자율성 을 누리며 적극적으로 물질적 토대에 개입한다는 관점을 보여주기 때문 이다. 또한 문화적 산물을 지배계급의 전략보다는 피지배계급의 전술이 라는데 기반하여 대중이 문화적 실천을 통해 자신들의 계급적 영역을 구 축해 가는 능동적인 모습을 찾으려 시도한다. 살펴보았듯이 이 두 가지 범주의 문화연구론은 그 의의도 크지만 한계 도 뚜렷하다. 우선 이데올로기적 지배로서 문화연구론은 경제결정론적 한계를 보인다. 그것은 이데올로기와 문화를 획일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경향, 즉 지배 이데올로기가 아무런 모순도 없이 지배계급의 이익과 결합 되어 있어 대중문화는 지배계급의 이해관계만을 대변한다고 보는 경향이 다. 이는 문화가 역사의 주된 힘은 아니지만 역사적 변화나 사회 안정에 있어 중요한 도구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또한 프랑크푸르트학파의 문화론에서 보여지듯 지나치게 비관적이고 엘 리트주의적이라는 한계를 드러낸다.
한편 수용자 중심의 문화이론 또한 부족함이 있다. 과연 대중들은 그들 에게 제시된 문화적 산물들을 그 구조와 내용에 상관없이 언제나 능동적 이고 실용적으로 즐길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그것이다. 대중들이 생산 된 문화적 산물들을 ‘실용’과 ‘쾌락’이라는 긍정적 즐거움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이 같은 의심은 그들에게 제시된 문화적 산물들에 대한 본질적 의미와 영향력을 오히려 과소평가하여, 대중이 보이는 문화 적 산물들에 대한 저항성만을 찬양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할 길 없다. 이같은 문제점들로 인해 본고는 그람시주의 문화이론에 주목하고자 한 다. 그람시주의 역시 근본적으로는 마르크스주의에 기반하고 있지만 그 것이 갖는 경직성과 편협성을 극복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람시는 대중 문화를 사회 피지배 계층의 저항력과 지배 계층의 통합력 사이의 투쟁의 장으로 파악한다. 이는 비판적 입장의 고전적 대중문화론과 문화대중주 의적 개념의 대중문화론을 변증법적으로 통일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그람시는 제한적인 조건 속에서 주체의 창조적인 의지에 의한 문화수용 을 처음으로 언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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