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문화예술협동조합

문화헤게모니와 문화민주주의

mynews-365 2025. 10. 21. 11:27

2. 이론적 논의

2.1. 문화헤게모니와 문화민주주의

그람시의 정치사상은 한 계급에 대한 다른 계급의 지배가 경제적 · 물리적 힘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피지배계급이 지배계급의 신념체 계를 받아들이며 그들이 사회적 ·문화적 ·도덕적 가치를 공유하게끔 동 의를 구하고 설득하는 데 의존한다는 헤게모니 이론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 그람시는 서구 자본주의 지배 수단이 강제력과 설득력으로 나뉘며, 전자는 억압적인 수단을 통해 후자는 헤게모니를 통해 각각 이뤄진다 고 보았다. 즉 사회의 전통적인 관계 ·문화유형 ·생활양식이 재창조되기 위해선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투쟁을 수반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획 득된 새로운 세계관과 가치관의 지적 ·도덕적 리더십이 대항헤게모니 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그람시의 문화이론은 주목할 만하다. 그람시는 마르크스주의가 갖는 경직성과 편협성을 극복하고 자 했기 때문이다. 그람시는 대중문화를 사회 피지배 계층의 저항력 과 지배 계층의 통합력 사이의 투쟁의 장으로 파악한다. 그에 따르면 대중은 일상 속에서 ‘자발적인 동의 ’를 표현함으로써 지배집단의 헤게 모니적 질서 속에 동참하게 된다는 것인데, 그러한 방식은 대중들에 게 일상적으로 존재하는 상식 ·민속 ·언어의 문제를 무비판적이면서 무 의식적으로 학습시키거나 체화시킴으로써 지배계급이나 집단의 세계 관을 ‘차용’이나 ‘동화’라는 방식을 통해서 자신의 세계관과 동일시하 는 효과를 야기하며, 그것은 대중의 일상적 지식으로 변모한다. 이 과 정에서 문화헤게모니는 두 집단이 서로 주도권을 두고 벌어지는 문화 영역과 관련되어 있는데 두 문화가 충돌하며 저항이나 갈등을 겪으면서 결국은 타협이나 동의를 한 상태에서 지속됨을 의미한다. 나아가 타협과 동의를 얻어내기 위해서 어느 한 문화는 상대방 문화를 받아 들이도록 유도해야 하며, 그 이후에 문화적 지배를 지속적으로 정당 화할 수 있다. 한편 1992년 이후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를 거치면서, 정부는 정 책적으로 문화에 대한 큰 관심을 보였다. 당시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 지 않는다’  라는 정책적 기조를 바탕으로 설정한 문화정책의 목표가 ‘문화의 민주화’(Democratization of Culture)이다.

이러한 ‘문화의 민주 화’의 기본 원리는 모든 사람이 문화를 공급받을 수 있는 민주적 권리 가 있다는 인식으로 문화보급의 확산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문화의 민주화’의 목표는 결국 제공되는 문화예술 활동에 참 여하는 모든 일반 대중들에게 동일한 기회를 주는 것이다. 그러나 점 점 다양화하고 복잡해지는 현대사회에서 모든 국민들의 문화적 욕구 가 같을 수는 없기 때문에 이러한 정책적 노력이 다양한 사회구성원 들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는 없다. 이러한 ‘문화의 민주화’의 취약성을 보완하기 위해 등장하는 것이 바로 ‘문화민주주의(Cultural Democracy)’  이다.

그러므로 예술의 소비자인 일반 국민에 대한 문화예술지원은 ‘문화의 민주화’와 ‘문화민주 주의 ’라는 접근방식으로 구분할 수 있다. 문화의 민주화와 문화민주주 의는 사회계층과 지역에 구애받지 않은 상태에서 보다 많은 국민들이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는 균등한 환경을 만들어나가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문화적 형평성이라는 공통의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 고 할 수 있다. 반면 문화의 민주화와 문화민주주의는 다음과 같이 차이점이 존재 한다. 문화의 민주화는 오페라, 연극, 발레, 오케스트라 등의 고급 문 화예술을 보다 많은 국민들에게 보급하고 확산하기 위한 시도로서 시 작되었다.

그래서 그동안 소수 상류계층의 전유물처럼 여겨왔던 고급 예술을 가능한 한 다수의 대중들도 함께 누릴 수 있도록 접근성을 확 대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그동안 정부에 의한 다양한 문화기반 시 설의 조성과 운영 즉, 문예회관이나 국공립 박물관·미술관 등을 전국 각지에 건립하고 이러한 시설을 통해서 고급 문화예술을 보다 많은 지역민들에게 보급하고 확산하는 데 초점을 둔 문화정책은 ‘문화의 민 주화’ 전략에 입각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