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시조와 하이쿠를 통해 본 한류 문화전통 고찰

mynews-365 2025. 10. 14. 11:00

 

 

 

 

I. 서론

혐한의 역풍에도 한류의 열풍은 여전하다. 일찌감치 선진국에 합류한 일본이 나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급부상한 중국의 그것보다 우리나라의 한류가 아 시아의 많은 국가들에게 통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겠는가, 그것은 이들 나라와 의 문화적 보편성 이외에 한류만 품고 있는 문화적 독창성. 문화전통 때문일 것이다.

이로 인해 오늘 한류가 품고 있는 문화 전통이란 무엇일까, 하는 점을 본고 의 시작으로 삼았다. 한류의 문화전통을 찾아 그를 토대로 일본의 하이쿠와 우 리의 시조를 비교해 볼 것이고, 그 과정에서 하이쿠는 어떠한 일본의 문화전통 을 품고 있어 세계화에 성공했는지를 함께 고찰해 보려 했다 . 이와 관련해 한류 콘텐츠의 관점에서, 세계 다른 나라 정형시들과는 다르게 7백여 년 동안 긴 역사를 면면히 살아남아 우리 민족 문학을 대표하는 장르라 일컬을 만하는 시조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세계에서 가장 먼저 금속활자를 개발했고, 고유한 문자가 있으며, 중국, 일본과 다른 독 자적인 전통문화가 존재하는 한국에서 그 대표적인 시조가 활성화 사업에서 늘 차별되어 왔고 정부 지원과 해외 교류에서도 항상 소외되어 왔기 때문이다. 일본은 하이쿠 인구가 500만 명이라고 한다, 포스트모던과 해체의 시대에 날 로 쇠퇴하고 있는 현대시와는 달리 일본의 전통적인 음률인 7· 4조의 정형시가 가 국민적, 세계적 호응을 얻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일본의 전 통시가 하이쿠는 국가적 지원을 받으며 세계로 뻗어 가고 있는데, 우리는 그렇 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

롤랑바르트는 동양문화를 대표하는 일본의 전통문화를 찬양하며, 다음과 같 이 하이쿠를 은유적으로 정의했다 .

“만약, 내가 허구의 어떤 한 나라를 상상한다면, 나는 그 나라에 이름을 하나 지어주 고 그것을 소설적 객체로 다루면서……이런 특질들을 가지고 하나의 체계를 정성스레 만들어낼 수 있다. 이제 나는 이 체계를 <일본>이라 부르겠다.”. “얼마나 많은 서양의 독자들이 인생을 관조하며 손에는 공책을 하나 들고 그 ‘인상 ’ 을 간단히 메모하는 꿈을 꾸었는가. 간결성이 완벽성을 보장하며, 단순성이 심오함을 입증해 주는 그러한 꿈을.”

그러나 만약 바르트가 중국과 한국의 전통문화를 일본문화와 함께 접했더라 면 위와 같은 찬사가 상당히 극단(?)적 편애였음을 반성했을 것이다. 한편 시조와 하이쿠의 상관성이나 문학적 비교에 대한 연구들도 적지 않 았다. 박영준은, 시조는 형식미에서 자수의 변화를 인정하는 3행 4음보 율격으로 3행에서 갈등이 해소되는 조화와 통일의 미와 절제미를 보이는 반면 하이쿠는 짧은 17음 안에 모든 것을 담아야 하는 구조로 설명을 과감하게 생략하는 여백 의 미를 보인다고 말한다. 내용미에 있어서는, 시조가 사대부들의 일편단심, 연 군지정 등에서 강호한정 (江湖閑情 )과 이별의 한 등으로 확대되는 반면 하이쿠 는 초기 자연물을 이용한 기발한 착상에서 동음(同音)을 이용한 언어유희의 생 활적, 서민적 정서로 확대되었다고 말한다 . 신은경은 한국 ⋅중국 ⋅일본의 문학에서 나타나는 미를 비교하면서 그 초 점을 풍류(風流)에 두었다. 하이쿠의 경우 중국의 풍류상에서 보아온 귀족적 풍 아(風雅)의 세계와는 다른 서민적 소박성이 특징이고, 시조는 원래의 풍류 개념 에 형이상학적 요소 즉 종교성이나 사상적 측면이 강조되고 있다는 고유성을 밝혔다 . 김정례는 시조는 정형이라는 틀을 넘나들며 시를 짓고 노래로 부르며 거의 모든 계층이 향유했던 반면에 연구 ( 連 句 )는 견고한 정형의 틀로 창작과 연희의 능력자들만이 누릴 수 있었다고 비교하고 있다 . 이상면은 특이하게 하이쿠의 이미지즘을 뽑아내어 영화이론인 몽타쥬론과 접합시키기도 하였다. 이어령7)은 시조가 어떤 의미를 주기 위해서 이념을 내세우는 논쟁적인 장 (場)과 설복, 교훈적인 가르침을 주려고 하는 관념시인 반면 하이쿠는 단지 어 느 한 순간에 일어난 일들을 포착하여 극성을 제시하고 모사하는 사물시에 가 깝다고 규정하였다. 그밖에도 시조와 하이쿠에 대한 연구들이 각각의 의의도 상당했지만 선행 연구 대다수가 한 ⋅일 양국의 문화전통을 토대로 비교하지 않은 아쉬움이 있었 다. 문화콘텐츠의 원형이 문화전통이라는 당연함을 생각하면 지금까지 한국의 전통문화 내지는 문화전통을 한류현상과 관계지어 국내에서 학문적으로 심도 있게 논의한 경우는 의외로 드물었다. 본고가 하이쿠와 시조로 연구대상을 제한한 것도 드라마로 출발하여 음악, 영상 등 그 콘텐츠를 넓혀가고 있는 한류가 특히 ‘문학 ’의 영역에서 정체되고 있는 점을 주목한 것이다. 특히 존재감이 없는 일류 (日流) 전반에 비해 세계화 에 성공한 하이쿠와는 달리 한류의 기세에도 맥을 못 추고 있는 시조의 역행을 세밀하게 따져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