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Ⅱ. 시조와 하이쿠, 그리고 문화전통

mynews-365 2025. 10. 14. 14:03

 

 

 

1. 전통문화와 문화전통

한류 또는 시조와 하이쿠를 문화전통의 관점에서 연구한 사례는 극히 드물 었는데 이는 상대적으로 왕성한 우리나라의 전통문화 연구와는 달리 ‘문화전 통 ’에 대한 연구가 거의 전무하다는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김교빈8)이나 배영동9) 등 전통문화와 문화원형의 개념과 활용에 대한 대표적 연구들이 있었으나 그 연구 성과에도 불구하고 동의할 수 없는 부 분도 있었다. 우선, 김교빈은 ‘원형 ’의 개념을 원형 (元型:pattern)이라는 언제 어디서나 똑같은 모양의 산출물을 찍어낼 수있는 기본틀인 ‘ 형’( 型:form)과 원형 (原形:originality, archetype)이라는 고유성, 정체성을 가진 ‘본디 모양’ 등 두 가 지 의미로 나누고 있는데 이는 실체를 가진 원형 (原形:originality)과 집단적 무 의식 속의 원형 (原型:archetype)으로 문화원형을 분류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 주 장의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다. 다음으로 배영동은, 문화콘텐츠진흥원 등 문화 산업계에서 사용하고 있는 문화원형 개념의 한계와 문제점 등을 지적하고 문화 콘텐츠화 사업의 영역에서 굳이 ‘학술적 용어이자 분석적 용어 ’인 ‘문화원형 ’의 개념을 쓰지 말고 ‘전통문화자원 ’이라는 산업적 용어를 사용하라, 고 제안하고 있다. 이는 문화원형의 개념을 잘못 사용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한 정확한 지적 이지만, 배영동 역시 ‘문화원형 ’이 갖는 ‘Archetype’적 의의를 폄하하고 있어 아 쉬움이 남는다. 따라서 본고는 우리나라의 전통문화와 문화전통에 대해 정리한 선정규의 개 념정립을 따르고자 한다. 선정규는 전통문화와 문화전통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민족의 전통은 문화와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전통문화와 문화전통 은 엄연한 구별이 있다. 전통문화(Traditional culture)는 현대문화, 외래문화와 상대적 개 념으로, 물질적, 제도적, 정신적인 갖가지 문화실체와 문화의식이다. 예를 들어 민족의 전통복식, 생활습관, 고전시문, 충효관념 등등이며 통상적으로 말하는 문화유산을 일컫 는다. 전통문화는 그것이 발생할 당시 시대의 상황에 적응해서 생성된 것이다. 전통문화 가 형성되어 세월이 지나게 되면 시대에 맞추어 변화하여 새로운 내용과 형식으로 진 화하기도 하고, 구태만을 고집하다가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여 화석으로만 남게 되기도 한다. 한편 문화전통(Cultural tradition)이란 ‘문화의 전통 ’을 말한다. 문화전통은 유형의 실 체가 없다. 볼 수도 만질 수도 없어서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느낄 수 있지만 문화전통은 어디에도 존재한다. 모든 전통문화 속에, 또한 모든 현실문화 속에, 그리고 너와 나의 영혼 속에는 언제나 문화전통이 자리잡고 있다. 따라서 문화전통은 전통문화 속에 존재하며, 전통문화는 문화전통을 벗어나서 존재할 수 없다 .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문화전통인데, 문화전통은 집단무의식으로 형성되어 인간의 사 유방식과 정서발전을 제어하고 있으며 인간의 행위 습관을 지배하고 있고, 인간의 심 미취향을 좌우하고 있으며 인간의 가치취향을 지배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 전통은 고정불변한 것이 아니다. 시간의 추이, 생활의 변화, 경험의 누적, 지식의 갱신 으로 인해서 전통 속의 어떤 성분이 쓸모없는 것으로 변해서 소멸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개념을 바탕으로 한국, 중국, 일본, 대만, 베트남이 비슷한 유교 문화권인데 왜 한국의 대중문화가 이 나라들로 흘러가고 반대로 흘러오지 않는 가를 따져보면 한국이 이들 나라 중 유교문화의 원형을 가장 많이 간직하고 있 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한국은 조선 500년 동안 유교문화에 기반한 가족주의가 국가의 통치이념이 었다. 그만큼 우리사회의 가족과 인륜의 뿌리는 깊다. 가족은 한국인의 일상을 지배하는 원리이다. 효가 미덕의 시작이고, 국가에 대한 충은 가족적 효의 연장 선이었다. 가족주의의 서양적 의미가 자기 가족만을 위하는 주의라면 동양의 가족주의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처럼 사회와 국가와 세계로 연결되는 고 리였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동양의 가족주의는 폐쇄적이거나 집단이기적인 울타리가 아니다. 동양의 가족주의는 사회로 나아가는 전단계, 때로는 사회를 경영하는 학습장이라는 의미이다. 다만, 오늘날에는 이것이 도덕, 가족주의, 인간관계에 집단 무의식적으로 남 아있을 뿐이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 드라마는 비록 장면이 현대적이지만 내용은 아주 전통 적이다, 한국드라마는 스토리에 짙은 유가사상을 깔고 있다, 한국드라마는 동 양식의 양해, 관용의 정신을 선양하고 있으며 동양의 많은 윤리를 표현하고 있 다, 이런 내용이 중국 시청자들의 마음을 감동시키고도 남음이 있다”는 중국 기자의 분석은 의미심장하다. 청소년층은 ‘현대적 장면’, 즉 생동감 있고 빠르 고 화려한 것 때문에, 중장년층은 ‘전통적 내용’, 즉 유가사상 때문에 열광한다 는 것, 그러니까 젊은 층은 한국 대중문화의 외면에, 중장년층은 내용에 매료된 다는 것이다 . 이처럼 한국은 가족문화가 가장 잘 발달한 나라다. 가족은 생활의 가장 중요 한 장이자 삶의 목표이자 사회도덕의 원천이다. 그래서 한 ⋅ 중 ⋅일 삼국 가운 데 지금까지도 ‘가족’ 문화가 가장 많이 남아 있고 가족에서 연원된 ‘우리 의식 ’ 은 일상 언어와 사고방식에 광범위하게 존재하고 있다. ‘우리 ’는 가족적 애정과 연대를 나타내는 기호적 언어이다 . 때문에 “형님, 동생, 언니, 오빠, 아저씨, 아주머니, 할아버지, 할머니와 같은 가족의 호칭이 타인에게 쉽사리 쓰이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듯이 한국인의 의 식 속에는 나를 중심으로 ‘우리 ’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의 집단과 우리가 아닌 집단, 두 집단이 있을 뿐이다.” 라는 최석만의 정의는 타당하다 . 나아가 ‘우리 ’라는 기호적, 정서적 언어는 이성간의 사랑까지도 확대된다. 여 자가 자신의 남자를 ‘오빠 ’라고 부르는 경우도 우리나라에서만의 상당히 특수 한 광경이다. 이러한 ‘우리 ’와 ‘가족주의 ’는 우리나라의 시조에서도 그대로 드 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