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쿠는 17音으로 구성된 세계에서 가장 짧은 정형시로 5⋅ 7⋅ 5 형식의 확립은 5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5·7·5·7·7 의 31자로 정형화되어 있 는 와카15)는 상류층 귀족들의 전유물로 오랫동안 사랑받아왔다. 와카를 통해 귀족들은 자신들의 생활양식과 미의식을 표현하였으나 우아한 세계만을 추구 했을 뿐 보편적인 희로애락의 정신은 담지 못했다. 그러한 와카의 형태 속에 렌가(連歌)는 일종의 사교문예로 앞의 구 5·7·5 와 뒤의 구 7·7을 두 사람 이 상이 함께 읊어나가는 형식의 노래였는데 이것은 귀족사회에 처음 발생하여 점차 중세에 이르러서는 무사들과 승려 사이에서 많은 인기를 얻어 널리 유행하 게 된다. 그들은 더욱 여러 구를 연결하여 서로 간의 시정(詩情)을 즉석에서 교 환하는 형식으로 렌가를 즐겼다. 복잡한 규칙과 더불어 유행하던 렌가는 근세 에 이르러 비속한 언어를 자유로이 사용하며 기발한 소재를 취함으로써 해학을 표출하는 것이 특징인 하이카이 렌가로 더욱 독립하여 발전하게 된다.
하이카이(하이카이 렌가의 약칭)는 홋쿠(發句)를 제외하고는 특별한 규칙이 없었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서민들 사이로 퍼져나가 대중성을 확보하게 된다. 그런 한편, 하이카이 또한 형식미보다는 내실을 갖춰, 관조의 태도, 한적미를 주창한 마쓰오 바쇼에 이르러, 하이카이는 또 하나의 예술세계로 크게 자리잡 게 된다. 하이카이의 첫 번째 시작인 홋쿠는 반드시 계절을 상징하는 계절어 가 들어가고 5·7·5 의 17자를 한 구로 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하이카이는 시조처럼 정치적 배경을 지니지 않은 채 탄생한 시 가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하이쿠의 원어인 하이카이는 중세의 고상한 렌가를 우스꽝스럽고 재미있게 변화시켜 읊었던 ‘하이카이노 렌가’가 줄어서 된 말이 다. ‘하이카이’는 해학을 의미한다. 이 어원이 말해주듯이 하이쿠는 애당초 ‘웃 음’을 목적으로 생겨난 시이다. 때문에 초기 하이쿠는 말놀이를 이용하여 서민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비슷 한 발음을 이용하여 두 가지 의미를 중첩시키는 말놀이나, 이미지의 연상을 이 용한 언어유희를 즐기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하이쿠는 대중성을 확보해 일반 서 민들 사이에서 크게 유행하게 되었다. 일본은 우리나라나 중국과 달리 과거제도와 같은 일거에 출세할 수 있는 제 도가 없었으며, 서민들의 신분상승의 기회가 원천적으로 차단되어 있었다. www.earticle.net 1603년 에도에 도쿠가와 막부가 설립되고 권력이 1인 치하로 굳어지면서 정치 적 안정을 위해 상업자본주의를 바탕으로 한 서민문화가 장려되었고, 신분제도 표면적으로는 사농공상의 위계로 무사가 최고의 우위에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는 초닌이라는 상인들이 자본을 바탕으로 문화를 이끌어 갔다. 막부가 권력 안 정을 꾀하면서 서민들의 향락문화를 적극 장려하는 가운데 에도, 오사카를 중 심으로 한 도회문화가 발달되고 유곽, 찻집, 목욕탕, 이발소 등 서민들의 삶을 위한 시설들이 현세적인 즐거움을 향유하기 위한 수단으로 번창하게 되었다. 이로인해 초닌과 하급무사, 농민에 이르기까지 자신들의 운신의 폭 안에서 최대한 삶을 향수하며 살았던 것이다. 따라서 이같은 전통을 “우동집이 대대로 우동집을 이어가고, 라면집이 그대로 라면집을 이어가면서 그 안에서 최대한의 디테일을 추구하고 성을 다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고도 볼 수 있다.”는 유옥희의 분석은 근거가 충분하다.
이를 잘 이해할 수 있게 국화를 소재로 하는 하이쿠를 살펴보았다.
예4) 말 한마디 없는 손님과 주인과 하얀 국화와. / 오오시마 료오타
말이 필요 없이 국화향기만으로 모든 소통이 가능한 만추의 그윽함이 노래 에 넘치도록 담겨 있다. 국화향기에 취한 주인과 손님, 그리고 국화의 자태가 무언 속에서 완전한 소통을 이루고 있음을 묘사하고 있다. 이렇듯 하이쿠는 자 연과 인간의 완전한 소통을 꿈꾼다.
예5) 국화를 기르는 사람들. 당신들은 국화의 노예들이오! / 부손
국화를 '기른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국화에 사로잡혀 쩔쩔매는 사람들을 일갈하고 있다. 국화를 통해 만연된 물신(物神)적 사고를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예6) 홍시여, 이 사실을 잊지 말게. 너도 젋었을 때는 무척 떫었다는 걸. -소세키
아름답고 맛있는 홍시도 떫고 외면받던 시기가 있듯, 우리 또한 힘든 젊은 시절을 괴로워하지 말자라는 것이다.
예7) 쌀을 뿌려주는 것도 죄가 되는구나. 닭들이 서로 다투니. /이싸
굶어죽지 않도록 한줌의 쌀만을 뿌려주고, 그 쌀을 차지하려고 허겁지겁 다 투는 상황으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자신을 되돌아보게 한다. 이렇게 볼 때 하이쿠는 세계와 현존의 향유 자체를 위해 최대한 가벼우면서 도 진지하게 노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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