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Ⅲ. 시조와 하이쿠의 문화전통 비교

mynews-365 2025. 10. 17. 19:47

 

 

1. 주제의식과 미의식, 창작과 향유방식

단순화의 위험을 무릅쓰고 정리하자면, 시조의 문화전통은 ‘가족주의와 그의 확장지향성’이고 하이쿠의 문화전통은 ‘현존(실)의 유지와 축소지향성’이다. 이를 바탕으로 시조와 하이쿠의 주제의식을 볼 때, 시조는 가족주의와 그 확 장지향성이 강하게 내재되어 있으며 하이쿠는 현존의 유지, 향유 그리고 축소 지향이 기저에 깔려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시조는 가족주의와 그 확장판으로서 충(忠)을 지향하고 자신과 가족과 국가를 하나로 생각하는 가족 적 동질성의 집합체로 귀결되는 관념의 시가이고 반면 하이쿠는 현실에 만족하 고 현실을 향유하는, 나아감보다는 오히려 더 줄이려는 실용과 간명함의 시가 라 할 수 있다. 조선 전기 시조의 향유층은 사대부에 한정되어있고 잔치의 흥을 돋우거나 몇몇 사대부들이 모여 풍류를 즐길 때 혹은 화조월석의 경우를 당하여 개인적 인 회포나 감상을 즐길 때 등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로써 미루어 보건대 조선 전기 사대부들이 향유한 시조의 연행은 개개 유흥을 목적으로 하거나 스스로 즐기기 위한 취미나 풍류의 차원에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창작자 중심적이고 독자에게 해석의 여지를 많이 남기는 하이 쿠는 메시지가 그 창작자를 넘어 세상 속으로 나가는 일은 거의 없지만, 시조는 시조 속에 읊은 메시지가 세상으로 확대되어 퍼져나간다. 형식적으로도, 시조는 정보량이 많고 또한 3행에 이르러 대상과 자아가 합일 화 내지 완결되는 구조이기에 내용이나 주제가 잘 드러난다. 그러나 하이쿠는 17음에 모든 것을 담아내기에 내용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약점 을 보완하는 것이 기고(季語)와 기레지 여서 하이쿠는 17음 안에 季語, 切字 넣어 짓는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하이쿠는 관념적이지 않고 세밀한 시선으로 우주의 섭리를 보고 자 하는 경향도 강했다. 이는 에도시대의 현실에 밀착되는 가운데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것들보다도 자연과 인간사에 있어서 잡다하고 세세한 것들에 대한 박 물관적인 관심이 증폭되어 풍속과 동식물에 관한 연구가 성행된 것과 관련이 깊다.

따라서 형식의 아름다움이 드러나는 시조의 맵시는 관념성과 현란한 수사를, 그 내용의 간절함과 진정성에 사고의 깊이를 느끼게 하는 하이쿠는 실용성과 간명함이라는 미적 특징을 지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서양의 영향으로 근대화를 이룬 일본은 문학 또한 많은 변화를 겪었다. 전통 의 하이카이를 하이쿠라는 이름의 근대적인 문예, 서양문학에 필적할 국민문학 으로 만들기 위해 모두가 알 수 있는 보편성 있는 시가로 변모시킨 것이다. 하 이카이 렌가의 좌 즉, 공통된 장(場) 밖의 사람들을 낯설게 하였던 그 바탕을 허물어버린 것이다. 그와 동시에 하이카이에 얽힌 고전이나 고사 등 소수의 교 양인들에게만 통하는 규칙을 제거했다. 그 대신에 어디에나 있고 누구나 접할 수 있는 ‘자연’을 전면에 내걸었다. 다음으로 하이쿠는 촌철살인이 표현의 본질이다. 정제와 간결, 단순함이 미 학의 절정을 보여준다. 함축성 있는 시어가 절묘하게 배합되어 '순간의 이미지' 를 만들어내고 여운을 남기는 것이 독특한 매력이다. 절정의 순간을 사진으로 포착한 듯 풍경이 그려지고, 여백의 아름다움이 묻어나는 절제와 단순함이 주 는 여백미가 하이쿠의 미美이다. 반면 시조의 주된 작가층은 양반 사대부층과 거기에 부속된 기녀들이었으며 그들 위주의 전유물이었다. 시조는 주로 창을 하기 위한 창사(唱詞)인 까닭에 시조의 작가는 창을 할 줄 아는 사람들이었을 것이고 그것을 활용할 기회(주로 연회같은 장소)를 가져야 한다. 그러나 평민들에게는 시조의 창을 배울 기회가 드물었을 것이며, 또 배웠다 하더라도 이를 활용할 기회 역시 마련하기 어려웠 을 것이다. 이로 인해 시조는 관료 등 지배엘리트의 전유물이 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시조와 하이쿠는 공통점도 많다. 양국의 정형시가 중에서 가장 짧으면 서 오늘날까지도 창작⋅향유되고 있다는 점, 시조의 가창성과 하이쿠의 유희성 이 갖는 특성 등이 그것이다. 특히 시조와 하이쿠가 현대시의 포스트모던함과  개인적인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집단적이고 유희적인 면에서 공통점이 두드 러진다. 그러나 시조는 그 기저에 가족주의와 그 확대지향성을 품고 있어 한 나라의 흥망성쇠나 개인의 희로애락, 생자필멸(生者必滅) 등이 작자 개인과 동일시되어 역사적 사건을 통해 윤리적, 관념적, 사변적(思辨的)으로 표현되고 있으며, 반면 하이쿠는 주로 생활문화 속에서 소재를 찾아 자연물을 매개로 해 개인적 정서를 여운을 남기듯이 최대로 축소시켜 표출하고 있다는 점에 큰 차이가 있다  

 

'대중문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Ⅳ. 결론  (1) 2025.10.19
2. 시조와 하이쿠의 실제  (0) 2025.10.18
3. 하이쿠와 문화전통  (0) 2025.10.16
Ⅱ. 시조와 하이쿠, 그리고 문화전통  (0) 2025.10.15
Ⅱ. 시조와 하이쿠, 그리고 문화전통  (0) 2025.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