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하이쿠의 세계화로 세계 각국에서 자국어로 하이쿠를 짓는 모임이 만들어지고 있고, 해외 곳곳에서 공동체 단위의 문학 동인회의 활동이 이미 많 이 개발되어 있다고 한다. 하이쿠(俳句)는 간결하고 쉬운 문장이면서도 독창적 인 자신만의 정신세계를 잘 나타낼 수 있는 시 형식이므로 쉽게 동호인들이 즐 길 수 있는 시 형식인데, 이것의 영향으로 미국과 같은 데에도 영어로 쓰이는 하이쿠 동호회가 수백 개 있다.
매년 NHK 전국 하이쿠, 단가 대회에는 12만을 넘는 작품이 응모되었고, 중 학생 이하의 주니어의 하이쿠 응모는 약 3만7천 구(句)에 달했으며, 일본 대부분의 신문에는 하이쿠 투고란이 마련되어 있다. 서양에는 소네트가 있고, 중국에는 한시가 있으며, 일본에는 하이쿠가 있다. 우리나라의 시조도 과연 이에 필적하기에 손색없는 전통문화인가, 시조와 하이 쿠는 어떠한 문화전통의 차이를 보이는가, 나아가 이 한류의 시대에 그 지위를 달리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에 대해 본고에서 고찰해 보고자 하였다. 그를 위해 먼저 한류가 품고 있는 우리의 문화전통으로 ‘가족주의와 그 확대 지향성’을 지적하였다. 한국은 서구적 근대화를 달성하는 동시에 또 유교적 전 통을 간직하고 있는 나라이다. 같은 동아시아 선진국인 중국이나 일본 등은 사 회주의 혁명 과정이나 산업화 과정에서 이같은 유교적 전통이 사라진 반면 한 국은 오히려 가족주의를 중심으로 하는 문화전통이 드라마, 영화 등 한류 콘텐 츠 전반에 걸쳐 녹아 있다. 아시아에서 한류 콘텐츠가 통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 지 않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 시조 역시 우리의 전통문화로서 이같은 문화전통 을 품고 있는데도, 생활적 제재와 참을 수 없는 가벼움, 간명함으로 상장되는 하이쿠와 달리, 시조의 태생적 배경이 갖는 정치성, 관념성 등이 시조를 엘리트 의 전유물로 만들어 대중화되지 못했음을 밝혔다. 따라서 시조가 한류와 문화콘텐츠로서 하이쿠와 같은 지위를 누리기 위해서 는 역시 앞서 언급한 ‘전통적 내용에 현대적 장면’을 바탕으로 대중에게 접근해 야 한다. 시조는 정형시이기에 정형의 틀을 고수할 수밖에 없겠지만, 전통적 내 용에 현대적 틀을 마련할 방도를 찾아야만 한다. 이는 시조의 문화전통으로서 가족주의는 한류에도 보듯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에 현재적 모습으로 어떻게 변 형되어야할지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적 하이쿠의 양상을 띠며 시조의 대안적 성격을 보이는 하상욱의 단편시들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한국의 시인은 2만 5천 명 정도이다. 적지 않은 숫자이지만 그들이 쓴 시집 의 판매량은 지극히 궁핍하다. 이 와중에 하상욱의 시집 판매량은 대단하다. 그 러나 절대 다수가 좋다, 라고 느끼는 것이 모두 선(善)이 아닌 것처럼, 하이쿠의 미덕인 참을 수 없는 짧음과 가벼움으로 소비하기 쉬운 시라도 모두 좋은 것만 은 아닐 것이다. 시조의 길이에 대한 현대적 재합의는 필요하겠지만 우리 시조 의 현대적 장치가 정형의 파괴로 나타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하이쿠가 애초 유희를 목적으로 좀 더 짧은 시로 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자 했던 것이라면 시조는 좀 더 애절하고 심층적인 메시지를 느끼게 한다. 따라 서 한류 콘텐츠로서 시조의지위를 위해서는 문화전통의 미덕을 간직하면서 동 www.earticle.net 시에 언어의 유희를 넘어선 창작과 향유의 현대화를 모색하는 이후 연구가 절 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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